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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문화 2010. 9. 7. 16:08
세상에는 많은 영화평론가가 있다. 그러나 개별 작품의 비평을 넘어 영화 매체와 우리 삶의 관계를 고민하고, 위기와 한계와 오해에 직면한 영화, 버림받은 영화의 운명을 끊임없이 방어하며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평론가는 손꼽는다.
올해로 26년째 영화평론가로 살고 있는 정성일. 영화의 운명은 곧 그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 매체 편집장으로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시네필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고, 지난해에는 자신의 첫 장편영화 <카페 느와르>를 찍었다.≪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는 그의 첫 평론집이다.
“영화에 관한 첫 번째 책을 묶으면서 나는 이 책을 어떤 주제, 어떤 토픽, 어떤 시기, 어떤 감독, 어떤 테마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만일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묶는 유일한 고정점이 있다면, 그건 우정이다. 영화에 대한 나의 우정, 영화가 내게 준 우정, 영화를 둘러싼 우정. 오로지 영화만이 내 삶을 외롭지 않게 곁에서 안아 주었다. 나는 이 책을 만들면서 내가 맛본 우정을 담고 싶었다.”
정성일은 시간을 견디는 것은 영화이지 평론이 아니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영화평은 시간과 함께 흘러가고 늘 새로 쓰여져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영화가 자신에게 준 우정과 기쁨의 순간을 그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방법은 영화를 둘러싼 우정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오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구상에서 영화를 가장 사랑하는 강아지 ‘올드독’의 지혜를 자신의 글 가까이에 두고자 했다. “이 지혜로운 강아지는 종종 영화의 핵심을 건드리면서도 시침 뚝 떼고 모르는 척 영화 대신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가끔은 영화를 말하면서 삶의 진실을 만진다. 나는 올드독의 그림을 볼 때마다 종종 감동을 받는다. 그건 전적으로 영화를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오는 지혜이다. 나는 그 지혜를 내 글 곁에 두고 싶었다. 이것이 내 솔직한 욕심이다.”올드독은 만화가 정우열의 페르소나 캐릭터다. 정우열은 정성일을 자신의 ‘영화적 아버지’라고 고백하며 그를 향한 존경과 우정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정성일과 ‘올드독’ 정우열은 영화라는 세상이 우리에게 준 우정에 대해서 글로,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책은 영화를 생각하는 ‘좌표’, 세상을 경험하는 ‘감각’, 영화로부터 구하는 ‘배움’에 관한 글 과, 정성일이 올드독 정우열에게 보내는 ‘우정의 프롤로그’, <카페 느와르>를 찍은 후 그의 영화 글쓰기에 관한 새로운 0도라고 할 수 있는 ‘自問自答-心情’으로 이뤄져 있다. 정우열은 이에 남다른 고심과 망설임으로 영화적 발견의 순간을 카툰과 일러스트로 화답한다.
책의 제목은 철학자이자 영화를 사랑한 들뢰즈가 쓴 글에서 빌려 온 것이라고 한다. 정성일은 들뢰즈의 글과 생각으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었고, 세상과 영화 사이의 배움에 대해서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는 “그 영화를 사랑하는 건 그 영화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을 사랑하는 것이며,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단언한다. 시네필들의 미치광이 같은 사랑이 돈 후안의 사랑과 갈라서는 지점이 바로 거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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