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소여턴스프링스의 풍경과 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러면 그 따뜻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 잃어버린 마음의 고향이 되돌아올 것이다.”


사진_소여턴스프링스 이야기ㅣ앤지 앤드루스 지음ㅣ이종인 옮김ㅣ세종서적 펴냄.jpg 바쁜 도시인들조차 가던 길을 멈추고 웃으며 떠들 수 있는 마을. 한 의사가 보낸 집들이의 초대장이 신문에 실리고, 크리스마스 행진 도중에 경품 탁구공 500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조금은 황당하고 재미있는 그곳. 우리들이 살고 있는 21세기의 지구상에 이런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소여턴스프링스’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난다. 그곳의 주민들은 협심해 마을을 지키면서도 서로의 실수를 유머 삼아 즐기고, 똘똘 뭉쳐 있으면서도 외지인을 다정하게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하워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딕,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난 전에 여기 와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곳이 마치 고향 마을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갑자기 걸프 해안에 가기가 싫군요. 그러니 내 아내에게 차를 고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50달러를 추가로 드리겠습니다.”

딕은 미소를 지었다. “차량 수리비는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가 말했다. “난 당신이 예정에 없이 이곳에 머무르는 게 안됐다고 생각해서 차를 빨리 고친 겁니다. 그런데 당신 아내한테 비밀로 할 수가 없어요. 이미 말했거든요.”

하워드는 낙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신이 여기에 좀 더 머무를 생각이라면 말이에요.” 딕이 말을 이었다.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당신 아내는 차가 수리되었다는 얘기를 당신한테 하지 않는다면 100달러를 주겠다고 했거든요.”:::



≪소여턴스프링스 이야기≫는 모두의 가슴속에 존재하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 앤디 앤드루스는 소여턴스프링스에서 일어난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감칠맛 나게 교차시켜 재미를 더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소여턴스프링스에 가고 싶다’라는 욕구를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 


지은이는 소여턴스프링스를 일컬어 ‘마법이 깃든 마을’이라고 한다. 지도에 표기되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독특한 특징과 따뜻한 사랑, 좋은 기억을 품은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특별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지은이는 자신이 가진 창작력과 긍정의 힘을 모두 소여턴스프링스에서 얻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따스한 장소를 공유하고자, 고향의 역사가를 자처하며 그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들을 엮은 것이다.

     

:::그곳은 일주일에 한 번 신문이 나오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신문이 나오기도 전에 무슨 내용이 실릴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목사가 일요일 아침에 설교를 할 때면 신도들은 이미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 통신문을 가지고 올 때, 부모들은 그 안에 어떤 점수가 적혀 있는지 알고 있다. 그곳은 독특한 특징과 따뜻한 사랑, 좋은 기억을 품은 곳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쾌함과 여유가 녹아 있는 소여턴스프링스에는 변호사도, 교통 신호등도 필요 없다. 마을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는 마을 신문이 발간되기도 전에 이미 그 내용을 다 알고 있다. 그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다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향해 웃으며 즐거이 어울린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이런 마을이 있다. 우리가 여러 해 동안 알아온 듯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무시간적인’ 마을. 그래서 소여턴스프링스의 소리, 냄새, 색깔, 분위기는 이미 독자의 마음속에 있다. 시간이 정지해버린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적이면서도 신비한 동경을 우리는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