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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주스의 비밀건강 2010. 9. 10. 10:23
혹시 오늘 아침 아무런 의심 없이 오렌지 주스를 들이켰는지?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음료를 마시고 싶지만 몸을 생각해서 그냥 오렌지 주스를 집어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건강’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음료가 오렌지 주스다.
‘100퍼센트 오렌지 주스’라고 표기된 용기 문구는 우리로 하여금 ‘이 음료는 매우 신선하며, 비타민 C의 보고’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오렌지 주스에 관한 한 우리는 아무런 의심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순수한’ 오렌지 주스와 ‘100퍼센트’ 오렌지 주스 뒤에 흰색 가운을 입은 수많은 연구진이 포진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구입하는 제품이 ‘비농축과즙’ 오렌지 주스든 ‘농축과즙’ 오렌지 주스든, 지불한 돈의 일부는 갓 짠 오렌지 주스의 맛을 모방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는 과학자들에게 작업의 대가로 지불된다.
≪오렌지 주스의 비밀≫은 미국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산업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 주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를 알려준다. 또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끌려는 오렌지 주스 마케팅이 어떤 성공을 거뒀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가공식품의 성분 표기 방법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예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FDA에서 행했던 ‘오렌지 주스 정체성 표준 개발 공청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마련된 기준이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1년의 공청회 기간 동안 주요 오렌지 주스 가공업체들은 소비자의 의식을 통제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수동적인 생산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청회 이후 코카콜라와 펩시코 같은 회사들은 언어와 이미지의 조작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을 손쉽게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큰 반향을 일으킨 트로피카나의 ‘비농축과즙’이라는 문구는 규정을 우회하고 제품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었다. 공청회 기간 내내 가공업체들은 자사의 저온살균 오렌지 주스에 붙인 이름을 바꾸려는 FDA의 제안을 비판했다. 그런 개혁이 역효과를 낳고 혼란을 조성하는 방침이라고 주장했던 바로 그 가공업체들은 도리어 과거의 제품에 ‘비농축과즙’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다붙였다. NFC가 생과일 주스와 거리가 멀게 진화되는 가운데에도 갓 짠 생과일 주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그 이름은 변치 않고 남았다. 1961년의 공청회 이후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오렌지 주스 소비자들은 5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마시고 있는 제품의 실체를 정확히 모른다.
지은이 앨리사 해밀턴은 토머스 B. 맥 감귤류 연구소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류뭉치를 통해 정리한 1961년의 공청회 모습은 ‘오렌지 주스 산업’의 맨 얼굴을 잘 보여준다. 오렌지 외의 성분이 분명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 오렌지 주스’라고 당당히 표기할 수 있는 이유와 그 역사적 과정이 들어 있다.
공청회는 ‘오렌지 주스 제품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요소, 공정, 첨가물은 무엇인가’ ‘정체성 표준에서 ‘정체성 항목들’이 어떻게 분류되어야 하는가’ ‘라벨에 제품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표기해야 하는가’ 등에 초점을 맞춰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진행됐다. 그렇지만 결국 산업계의 이기적인 영향력으로 묵과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제 소비자들은 ‘진짜’ 오렌지 주스(생과일 주스)보다 공장에서 가공된 ‘미리 짜낸’ 오렌지 주스에서 더 오렌지 주스의 풍미를 느낀다. ‘저온 살균’한 ‘비농축 오렌지 주스’의 약어인 NFC가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함’의 표시로 다가가 그 맛까지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당신도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이유를 자문해 보라. 몸에 좋다거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거나 어렸을 때부터 마셨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오렌지 주스에 관한한 당신은 로봇처럼 행동하고 있다. 찬성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어가면서 당신이 사는 제품이 몇 개나 되고 그 제품을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장담컨대 당신이 가게에 가서 기껏해야 아무 생각없이 혹은 심각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보를 바탕으로 고르는 제품이 오렌지 주스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화·산업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우리의 먹을거리도 예외 없이 다국적 기업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에서 가공·생산된 먹을거리들은 확실한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는 만큼 위험하다. 또 농가의 생계를 위협한다.
지은이는 브라질산 오렌지에 밀려 플로리다 오렌지 농가가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식품의 세계화·산업화를 염려한다. 오렌지로 상징되던 플로리다가 이제는 골프장을 비롯한 위락시설 즐비한 도시가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쇠고기를 비롯한 농산물의 개방을 압박당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자기네들 농가를 염려하는 지은이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농가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나라의 농가를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화·산업화로 인해 배부른 것은 결국 다국적 기업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보다 똑똑해진 소비자, 좀 더 생각하는 소비자가 될 필연성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은이는 세계화에 맞서기 위한 경쟁력을 이야기하며 오렌지의 유기농 인증, 매장에서 직접 짜 먹는 생과일 주스의 보급(오렌지 주스의 고급화) 등을 언급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미리 짜 있는’ 오렌지 주스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기를 바라며, 현대의 식품 환경에 감춰진 기이한 방식에 눈뜨기를 권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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