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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잘 살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돈이나 권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잘 산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생각하기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통념과 관습에 문제제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보는 것, 이것이 바로 ‘생각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다. 곧 몸과 마음을 다 써서 공부하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생각이 일어난다. 그러면 감각과 세포의 배열이 전혀 달라져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고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우리의 십대. 목소리의 변화뿐 아니라 삶의 첫 변성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담는 말, 새로운 말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인, 흔히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라 여기는 ‘생각한다’라는 말을 다시 발음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책이다.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활동해 온 고병권이 청소년을 위해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쓴 새로운 철학책이다.
이 책은 삶의 본질과 행복, 사유, 자유, 우정 등 철학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직접 겪었던 일과 우리 사회와 세계의 여러 가지 사건, 역사 속 유명한 철학자들의 일화와 이론 등을 넘나든다.
:::text Point::: 나 자신으로부터 떠난다는 말을 너무 어렵게 여길 필요는 없어요. 여러분이 ‘난 여기까지야.’라고 믿는 곳, ‘여기가 내 한계야.’라고 믿는 그곳에서 시작해 보세요. (…) 낯선 것과의 마주침이 여러분에게 다른 생각을 낳아 줄 겁니다. 그때 여러분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생각이 여러분에게 일어나고, 생각이 여러분을 찾아오지요. ‘생각한다’는 것은 이처럼 ‘생각이 생겨나는 일’, ‘생각을 낳는 일’이랍니다. 그러니 물건 찾듯 생각을 뒤지지 마세요. 생각은 낳는 것, 생겨나는 것이지, 갖는 것이 아니랍니다. :::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생각은 있는데 표현할 말을 못 찾는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은 표현할 말을 못 찾겠다는 말은 생각이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말로 생각과 세계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생각’이란 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우선 잘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잘 산다는 것이 돈이 많다는 것과 같은 말일까?
평생 자루 하나만을 가지고 통 속에서 살았던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이 소원을 말하라고 하자 “당신이 내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 주시오”라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고 제대로 살지 못하는 예는 수없이 많다. 마찬가지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테러를 없앤다고 끔찍한 전쟁을 치러도 안전과 평화를 가지고 오지는 못했다.
정말 잘 살기 위해서는 삶을 잘 조각하기 위한 기술인 철학하기, 생각하기를 해야 한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거나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생각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실제 우리가 얼마나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 지은이는 다양한 사례를 든다.
평소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잘 기억을 못하는 것, 무의식중에 순천 가는 기차 승강장이 아니라 동인천행 열차 승강장으로 갔던 일화들을 든다. 이러한 습관은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일을 지휘했던 아이히만이 악마 같은 일을 한 이유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나 아렌트가 갈파했던 것, 또 아부그라이브 형무소에서 포로들을 고문했던 미군 병사들의 사례 등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 준다. 김유신 장군이 말의 목을 벤 것처럼 우리는 습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다르게’ 생각하는 것일까?
체스 두는 컴퓨터 딥 블루는 카르파로프와 대결해서 이겼지만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반응한 것일 뿐이다. 여자는 피구를 하고 남자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 이주노동자는 가난하기에 무언가 훔칠 수 있다고 하는 생각들 모두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나오듯 자동으로 산출되는 관습과 통념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낯선 것과 만나도록 스스로를 열고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다른 생각이 우리를 찾아온다.
새로운 생각이 찾아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닌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데카르트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렇게 새로운 생각이 찾아오면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자유란 마음대로 하는 것, 누군가로부터 빼앗길 수 있는 것 아니라 무언가를 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몸에 좋지 않은 커피나 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를 갖기 위해서,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서 공부할 때는 친구가 필요하다.
:::text Point::: 철학을 친구와 함께 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담이나 로빈슨을 생각해 보세요. 혼자의 힘으로는 ‘다른 생각’, ‘다른 삶’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혼자서 나의 편견과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말 힘들지요.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가장 모르지요. (…) 지혜를 친구에게 나누어 주기 이전에 지혜를 얻기 위해서도 친구가 필요하답니다. 공부해서 친구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위해서도 친구가 필요하답니다. 나를 지켜볼 수 있고 나에게 힘을 주는 친구가요. :::
대니얼 디포와 미셸 투르니에의 ‘로빈슨 크루소’와 ‘방드르디’를 보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먼저 자기가 누군가의 친구가 돼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야전 침대와 같은 친구, 사랑하기에 싸울 수 있는 친구가 돼야 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운명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면서 철학이라는 말을 생각, 행복, 자유, 우정과 통하는 말로 더욱 확장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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