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생각해봐! 세상이 달라 보일걸ㅣ홍세화 우석훈 강수돌 강양구 우석 이상대 김수연 박기범 지음ㅣ낮은산 펴냄 <거꾸로 생각해 봐!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걸>은 세상을 놀라게 했던 십대들을 위한 책이다. 먹을거리 문제에서 나아가 경쟁사회, 노동, 국제무역, 과학기술, 문학, 생명, 가난, 공동체, 전쟁, 평화 등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히고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대표적 진보 논객들이다. 이들은 전문분야의 첨예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우리의 일상생활이 풍요롭고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담담하게 전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은 경제적 양극화의 대안, 과학기술과 자본의 유착에 대항하는 생명 윤리, 문학의 가치, ‘나눔’의 가치, 전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진정한 평화 등 결코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십대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특강을 하듯 쉽고 명쾌하게 씌여 있어 재미난 강연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시대 ‘대세’를 거부하는 반론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미 ‘대세’로 굳어져 많은 사람이 적극적 혹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명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이긴 자가 다 갖는 건 당연하다고? 그런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를 통해 비정규직 아버지와 부자 아버지를 둔 중학교 3학년생 두 친구를 설정해 그들 앞에 펼쳐질 삶을 이야기한다. 부의 대물림과 양극화의 심화과정, 나아가 그 끝에 대해 조망한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사례를 통해 ‘협동’과 ‘연대’가 우리 삶의 대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수돌 교수는 세상을 살리는 ‘공정무역’을 소개하고, 과학전문기자인 강양구는 과학만능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우석균은 거대 제약회사의 천문학적 이윤 너머에 숨겨진 자본의 논리를 파헤치며,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당연한 진리가 왜 힘을 얻지 못하는지를 아프게 묻고 있다.

 

중학교 국어교사 이상대의 ‘시, 소설 안 읽고도 여태껏 잘만 살았다고? 문학은 ‘사람답게’ 사는 길을 비추는 거울이야!’이란 글에서 “시 한 편 안 읽고도 여태 잘만 살았다”는 말은 ‘먹고 살기 바쁜’ 요즘 사람들의 인식을 대변한다. 그는 ‘그럼 정말 사람답게 산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며, 감동적인 몇 편의 시와 학생들의 시 감상문 등을 보여준다. 문학을 향유하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이 그 윤택함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가진 게 없어 나눌 수 없다고? 가난하니까 더 나누어야지!’의 김수연은 가난 속에서 얻은 나눔의 기쁨을 편지글로 썼다. 그는 “가난한 사람은 남이 주는 것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가난하지만 자존감 있는 삶을 위해서는 스스로 일하고 그것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년 동안 인천의 가난한 동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그의 경험은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절대 그렇지 않아!’를 쓴 박기범은 2003년 ‘인간 방패’의 일원으로 이라크 전쟁을 몸으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고통과 그 뒤에 감춰진 강대국의 탐욕에 대해 말한다. 특히 이라크에서 알게 된 ‘살람 아저씨’의 삶을 통해 미디어가 보여 주지 못하는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평화를 지키는 전쟁은 없으며, 평화는 평화로만 지킬 수 있다는 말은 모든 것을 내 편과 네 편으로만 분리해 생각하는 힘의 논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다수의 말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님을 일깨우고, ‘진짜 내 생각’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전하는 동시에 자신이 만들어갈 ‘좋은 세상’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