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자 주디스 러바인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12월 어느 날, 뉴욕 거리를 걷던 중 쇼핑백을 물웅덩이에 빠뜨린다. 바겐세일을 맞아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그어 쇼핑을 한 뒤의 일이었다. 그는 순간 “쇼핑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일까?”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는 남자 친구인 폴과 상의해 1년간 쇼핑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굿바이 쇼핑(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ㅣ주디스 러바인 지음ㅣ좋은생각 펴냄 무엇이 생필품이고 무엇이 사치품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 주디스의 여정은 마치 한 편의 모험처럼 흥미진진하다. 그 여정의 끝에서 그는 우리 삶에 소비가 주는 만족 이상의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굿바이 쇼핑>은 과소비가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진절머리가 난 어느 평범한 여성 소비자의 1년간 기록이다. 소비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자원을 사람과 사회에 사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애국심을 빙자한 소비 조장과 자신의 재정 상태는 물론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의 운명에 심각성을 느낀 주디스는 동반자인 폴과 함께 1년간 오로지 생필품만 사겠다는 야심찬 실험을 시작한다.

 

신용카드도 없고 쇼핑도 없이 주디스와 폴은 실험을 진행하면서 관계를 가꿔가고 건전한 사고와 정체성,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점차 나아지는 자신들의 모습과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일탈을 추적하며 주디스는 필요와 욕구, 결핍과 안정, 소비주의와 시민의식을 곱씹어본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중차대한 질문을 던진다. “쇼핑 없이도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면봉은 생필품일까?”

 

주디스는 ‘왜 우리는 물건을 사며 그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파헤쳐간다. 단지 물건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그 해답의 실마리다. 지은이는 자발적인 가난 모임에서 테러리즘 시장까지, 개인의 열망을 직면하는 것에서 공공선을 찬양하기까지, 소비자에서 시민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 1년으로

 

이 책은 평범한 미국인 여성의 ‘아무것도 사지 않는 1년’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무조건 아무것도 사지 않고 궁상맞게 사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생필품은 사되, 사치품은 사지 않는 것이다.

 

주디스와 폴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생필품과 사치품의 구분이었다. 그 결과 헤어컷, 고양이 사료, 식료품, 인터넷 이용료, 신문 구독료, 두루마리 휴지는 생필품이고, 면봉, 포도주, 영화, 유료연주회, 군것질은 사치품이 됐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의견 대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인인 폴은 포도주를 생필품으로 간주했지만 주디스는 사치품이라 생각했고, 폴은 집에서 직접 포도주를 만들어 먹어야 했다. 이처럼 1년 내내 주디스와 폴은 생필품과 사치품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소비에 둘러싸여 살아왔는지를 깨달았으며, 더 나아가 현대인의 과소비적 생활 습관을 알게 됐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놀라울 만큼 소비주의화됐다. 인터넷에는 크고 작은 쇼핑몰이 범람하고, TV에는 홈쇼핑 채널이 난무한다. 또 경제관념이 정착되지 못한 10대, 20대가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무분별한 소비는 세대를 초월해 보편화되고 사치품에 중독된 사람들을 비하하는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은이는 일기 형식의 글을 통해 맹목적인 소비에 작용하는 현대인의 심리,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사회·정책적 문제를 솔직하고 위트 있게 그리고 있다.

 

“쇼핑도 중노동이다”

 

쇼핑은 무엇을 살지, 어디서 살지 등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주디스와 폴은 1년 동안 쇼핑에 할애하던 시간을 다른 곳에 씀으로써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가족, 친구, 여유 있는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쇼핑을 안 하는 것은 역설적인 효과를 낳는다. 양말과 양념의 재고가 바닥나고 한계를 유보해주던 완충물이 사라지면서, 나는 필요한 것은 이미 전부 갖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사실은 두려움을 증폭시키기보다는 덜어준다.

 

미래에 대한 나의 청사진에다 지난 9개월 동안 확연히 겪었던 친구들의 친절을 더하고 새로 산 물건을 제하여보라. 올 들어 더 적게 가진 나는 지난 10년 세월보다 재정적으로 더 안정감을 느낀다.

 

주디스와 폴은 이 실험을 하는 1년 동안 단 한 번도 돈 때문에 싸우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더 평온해졌다. 물론 금전적으로도 지난해보다 8000달러를 절약했다. 이는 곧바로 시간과 직결됐다. 프리랜서인 두 사람이 12개월 중 적어도 3개월은 일하지 않아도 되게끔 저축해놓은 셈이었다.

 

또한 사람들과 더 많은 접촉을 하면서 평소에는 알지 못하던 것들을 깨닫는다. 서점 대신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면서 공공자산이 심각할 정도로 형편없다는 사실도 발견한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보수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의 민영화정책이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말한다. “소비를 해야 한다면 좀 더 책임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