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며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연 앞에서 자신을 한없이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로 생각하면서 순응의 길을 걸어왔다.


사진_바다ㅣ쥘 미슐레 지음ㅣ정진국 옮김ㅣ새물결 펴냄.jpg 자연, 그 가운데에서도 바다. 이 거대하고 광폭한 대상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것이 ‘두려움’이라면, 이를 억누르고 바라보기 시작할 때 바다는 생명의 거대한 도가니, 영원한 수태, 생명의 탄생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청순한 한 방울의 물에서 짙푸른 대양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인간의 끝없는 구애를 따돌리고 애태우는 것이 바로 바다인 것이다.


땅은 우리에게 먹고 살 것을 내놓는다. 바다는 우리를 고양하는 데 최상의 것을 준다. 우리를 잃는다면 바다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다의 수호신이자 그 창조적 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 바다가 살고, 우리가 죽으면 바다도 죽으리라.



지난 1861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바다>는 바다의 설화와 진실을 한 편의 서사시처럼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책은 당시 열정적인 고래 옹호론이자, 지금 읽어도 감탄할 만한 현대 환경·생태사상의 원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은이 쥘 미슐레는 자신이 자연주의자로서의 성향을 가졌음을 천명하고 바다의 권리를 옹호한다. “이 지구상에 처음으로 생명을 낳은 바다는 인간이 그 질서를 존중할 줄 알고 그것을 깨뜨리지 않고 참을 줄만 안다면 그 복 받은 양식을 기꺼이 내놓을 것이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좋고 넉넉하다. 그런데 자연 생활에서 아직 크게 멀어지지 않은 생명들, 부모의 죄로 고통 받는 순진한 어린아이들, 사회적 희생자로서 특히 사랑 탓에, 남자들보다 잘못이 덜한데도 생활에 더 짓눌린 여자들에게 더욱 동정적이며 선의를 베푸는 듯하다. 여인 같은 바다는 그런 사람들을 다독이기 좋아한다. 바다는 자신의 힘을 그들의 나약함에 보태어준다. 바다는 그 영원한 참신함으로 그들의 고민을 씻어준다. 그들을 꾸며주고 젊음과 아름다움을 되찾아준다. 옛날 옛적에 바다에서 태어난 비너스는 그곳에서 매일 다시 태어난다. 신경질적인 비너스, 울고 짜는 우울한 비너스가 아니다. 사랑의 욕망을 지니고 생명을 잉태한 비너스, 승자의 힘에 넘치는 진정한 비너스다.



지은이는 책에서 바다와 자연과 인간에 관한 전체적이고 예언자적인 통찰력을 보여주며, 특히 바다와 더불어 사는 겸손하면서도 강인한 바닷가 어부들과 뱃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에게 자연은 단지 아름답고 사랑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비극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