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니까 잘 안다고 생각하는 엄마조차 때론 왜 그런지에 대해 모르겠다고 성토할 때가 있다. 이른바 ‘아이의 문제 행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이의 욕구에는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싶은 마음, 두 가지가 있다. 자라면서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힘들어한다. 이 욕구들은 부모와 관계에서 충족되는데 맞벌이로 바쁘거나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 잘못된 양육 방법 등으로 부모로부터 충분히 채워지지 못했을 때 마음의 빈자리가 생긴다.

 

이미지_엄마는 모르는 내 아이 속마음, 김성은, 부키.jpg *엄마는 모르는 내 아이 속마음, 김성은, 부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면, 아이가 보여 주는 문제 행동을 뜯어고치려고 하기보다 먼저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감정 코칭’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빈자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와의 사이에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하지 못한 아이는 다양한 형태로 불만을 드러내게 되고, 그것이 부모의 눈에는 문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엄마는 모르는 내 아이 속마음>는 표현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이 낫다고 역설한다. 지은이 김성은 한국아동상담센터 부원장은, 문제 행동은 나를 좀 더 사랑해 달라는, 또는 관심을 받고 싶다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부모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해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평생 행복이 달려 있다.

 

책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한동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아이 요구를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지거나 더 나쁜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반신반의한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이에 대해 “버릇이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아이 마음속에 반항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일축한다.

 

사랑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모들에게서 자란 아이들은 왜곡된 사랑의 경험으로 올바른 자아상이나 성격을 형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도력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 어렵다. 지은이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한결같이 “자식을 사랑하는데 잘못된 사랑이 있나요?”라고 반문한다.

 

이 책 곳곳에는 부모의 어긋난 사랑이 불러온 아이의 문제 행동을 만날 수 있다. 십 수편의 초등 아이 마음 일기와 엄마 마음 일기 속에 드러난 엄마와 아이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쫓아가다 보면 내가 아이에게 어떤 부모였는지, 아이에게 나의 양육 방법이 괜찮은 것이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다.

 

✔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1순위는 시험이다. 지난 중간고사 때는 문제집도 몇 권 풀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막상 시험 문제를 보니 당황스럽고 막막했다. 왜 나는 시험지만 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아무 생각이 안 날까?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시험에서 틀린 문제 개수가 늘어나는 만큼 야단을 맞으니까 우울하다. 엄마는 “공부 열심히 해야지 고생 안하고 산다. 노숙자 되고 싶어? 막노동할 거니?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라면서 쉴 새 없이 잔소리를 쏟아낸다.”

 

공부를 한다고 하는 데도 부담감 때문에 막상 시험 당일에는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희민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희민이에게 엄마는 여느 부모처럼 공부를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식으로 엄포와 협박으로 두려움을 불어넣는다. 우리집 이야기라며 무릎을 치는 부모가 많을 것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할 말이 많다. 희민 엄마 마음 일기를 들여다보자.

 

✔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려고 열심히 태교하고, 아기 때부터 다양한 학습지와 예체능을 시켰다. 남들 하는 만큼 했을 뿐인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말대꾸에, 짜증도 자주 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이러다가 아이 인생이 엉망이 되면 어쩌나 불안하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양육의 에너지를 공부에 집중한다. 그러면서 부모 마음속에는 ‘공부를 잘하면 좋다’라는 마음보다 ‘공부를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다’라는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부모의 불안감이 아이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는 ‘공부’가 아닌,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녀의 학습과 관련된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지나치게 간섭하고 걱정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학습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니 아이 마음에 빈자리가 생긴 것이다. 학습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아이의 빈자리, 즉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질 필요가 있다. 그 욕구 중 첫째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다른 욕구들이 채워지다 보면 학습에 대한 욕구도 저절로 생겨 자기주도 하에 공부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고집이 센 병진이는 엄마 아빠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이것저것 시키고, 엄마 마음대로 스케줄을 짜는 것이 못마땅하다. ‘헬리콥터형 부모’라는 말이 한때 유행어가 될 정도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챙기려 하는 부모가 많다. 병진이 부모도 그러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병진이는 갈수록 반항과 고집이 늘어간다. 병진이 부모는 말한다.

 

✔ “병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고집이 셌다. 순한 아이이길 바랐는데 갈수록 고집이 세졌다. 나도 성격이 단호한 편이어서 내가 원하는 틀 속에 아이가 있어 주길 바랐다. 엄마가 시키는 것을 잘 하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고 병진이에게 세뇌시키듯이 가르쳤다. 그러나 갈수록 반항이 심해졌고 그럴 때마다 얼마나 얄미운지 모른다.”

 

엄마는 아이의 기질과 상관없이 자신의 양육 태도를 밀고 나갔다. 사소한 것도 존중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인데 무시해 버린 것이다. 인격적 존중을 받지 못한 아이는 마음에 빈자리가 생기고 문제 행동으로 표현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일기 속에서 내 아이의 모습도, 그리고 부모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 부모인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부모 또한 자랄 때 자신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이나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불만이나 화가 내면에 있는 상태에서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는 어렵다. 자신의 상처가 자녀 양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속상해하는 지점도 바로 거기서 비롯된다.

 

부모가 엄격하든 방임하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성장의 원동력 즉 자양분을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을 때 아이 마음에 상처가 남는다. 이 상처는 어른이 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성격이 되기도 하고 행동 특성으로 자리 잡기도 하고 사고가 왜곡되기도 한다. 자신의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과 상처를 모두 떠올려보고 상처가 있다면 상처를 인정하고 풀어 주는 노력을 해야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자녀에게 주지 않는다.

 

아이와 부딪칠 때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라고 당부하는 지은이는 자녀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직시하고 어루만질 뿐만 아니라 좋은 부모로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아이의 문제 행동에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아이 마음과 엄마 마음을 보여 주는 이 책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해야 아이 마음에 상처를 덜 주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지, 내가 하는 방법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등 매순간 갈등하고 방황하는 부모에게 자녀 양육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지데일리